
안녕하세요. 밤샘입니다.
오늘(2025-07-10), 국회 교육위원회는 [AI 디지털 교과서(이하, AI 교과서)]의 지위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교육학 전공자이자 디지털 분야 강의를 하는 사람으로서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던 내용이에요. 시대의 흐름에 따르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너무 급하게 진행된다는 우려도 많았습니다. 즉,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전문가 검토 없이 진행된 부분이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거죠.
'교과서'와 '교육 자료'의 차이
먼저 '교과서'와 '교육 자료'의 차이부터 짚어보겠습니다.
교과서는 국가가 정한 교육과정에 맞춰서 만들고, 교육부의 엄격한 검정을 거쳐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주 학습 도구예요. 교과서에 실리는 내용은 교육의 방향과 질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내용의 정확성, 공정성, 그리고 교육 효과까지, 검증 절차가 까다롭습니다.
그에 반해 교육 자료는 교과서를 보완하거나 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보조 수단을 말합니다. 문제집, 참고서, 영상 자료, 온라인 학습 콘텐츠 등이 여기에 해당하죠. 교육 자료는 교과서만큼 엄격한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됩니다. 학교나 교사의 재량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하고 활용할 수 있어요.
즉, AI 디지털 교과서가 '교과서'가 아닌 '교육 자료'가 된다는 건, 정부가 나서서 모든 학생에게 똑같이 보급하고 필수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공식적인 학습 도구가 아니라,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보조적인 수단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입니다.
AI 교과서, '교육 자료'가 된 이유
AI 교과서는 왜 공식적 학습 도구인 '교과서'가 되지 못하고 보조 수단인 '교육 자료'가 될 위기에 처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채 서둘러 추진하려다 보니, '교과서'라는 지위를 얻지 못하고 '교육 자료'로 위상이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①아직 검증되지 않은 효과와 우려
AI 교과서의 가장 큰 장점은 학생 개개인에게 맞춤형 학습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겁니다. AI가 학생의 학습 수준과 속도를 분석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흥미를 유발하는 콘텐츠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AI 교과서가 실제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얼마나 높이는지, 또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에 대한 명확한 연구 결과나 검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특히, 어린 학생들이 장시간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다 보면, 시력 저하, 집중력 저하, 문해력 약화 등의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요.
②개인 정보 보호 문제
AI 교과서는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를 계속해서 수집하고 분석합니다. 이 데이터는 학생의 학습 습관, 취약점 등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지만, 민감한 개인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위험성도 안고 있어요. 이런 데이터가 상업적으로 악용되거나 보안 문제가 발생할 경우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③교육의 공공성과 기업의 상업성
AI 교과서는 대부분 민간 에듀테크 기업들이 개발합니다. 이 과정에서 교육의 공공성보다는 기업의 이익이 우선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어요. 또한, 유료 콘텐츠가 늘어나면 경제적 격차에 따른 학습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걱정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디지털 교육 격차가 심해지고 있는데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죠.
④준비 시간과 의견 수렴 부족
교육 현장에서는 AI 교과서 도입에 대한 준비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많았습니다. 교사가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연수와 시간이 필요하고, 학교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도 해야 하는데 미흡했다는 지적이죠. 너무 갑작스러운 변화는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어요.
AI 교과서는 기술을 도입하면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의 교육 방식과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입니다. 그런데 교사, 학부모, 교육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공론화하는 과정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있었어요. 정책 결정이 소수의 의견이나 특정 방향으로 치우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게 된 거죠.
⑤AI에 대한 환상과 예측 부족
저는 강의할 때마다 학생들에게 강조합니다. 기술을 너무 맹신하거나 의존하지 말라고요. AI 기술이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만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AI 교과서가 마주할 현실적인 문제점이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부족했다고 생각해요. AI가 모든 교육 문제를 해결해 줄 것처럼 이야기되면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추진하려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겁니다.
처음에는 '디지털 교과서'라는 이름으로 모든 교과서를 AI 기반으로 바꾸려는 듯한 분위기였지만, 앞서 언급한 여러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결국 '교육 자료'로 선회하게 되었습니다. 충분한 검토와 예측이 있었다면, 처음부터 좀 더 현실적인 방향으로 목표를 설정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아요.
AI 교육 자료의 활용 방법
저는 AI 교과서가 '교육 자료'로 활용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를 아쉽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AI 기술이 교육 현장에서 멀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니까요. 오히려 AI를 교육의 보조적인 도구로 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①교사의 역할 재정립
AI 교육 자료는 학생 개개인의 학습 데이터를 분석해서 교사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교사는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더 깊이 이해하고, 맞춤형 지도를 하는 데 집중할 수 있을 거예요. AI가 모든 것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의 전문성을 더욱 강화하는 도구가 될 수 있도록 활용해야 합니다.
②다양한 교육 자료의 균형 있는 활용
AI 기반의 학습 자료는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을 키우는 데 분명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종이 교과서나 실제 체험 학습 등 다양한 형태의 교육 자료를 균형 있게 활용하여 학생들의 문해력, 사고력, 창의력을 종합적으로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③신중한 검증과 인프라 구축
AI 교육 자료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지속적인 검증이 필요합니다. 또한, 모든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 환경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 디지털 교육 격차를 줄이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AI 교과서가 '교육 자료'로 그 지위가 바뀌는 것은 기술 도입의 속도와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졸속 처리' 논란은 교육 정책 결정 과정의 신중함과 충분한 논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겨 줬어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AI가 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생들의 성장을 돕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본질입니다. 앞으로 AI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 교육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교육계와 기술계, 그리고 우리 사회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소외되는 아이들이 없도록 세세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요.
<관련 글>
[AI 디지털 교과서] 교육학 전공자이자 디지털 전문 강사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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